대학시절 한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었다. 어느 날 그녀가 “우리 이젠 그냥 친구로 지내요,” 한다. ‘플라토닉 러브’ 관계 비슷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 양파에 식초를 뿌려가며 자장면을 먹으면서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호되게 설레이던 나에게 플라토닉 러브는 아주 이상한 외래어였다. 문학청년 티를 내며 시(詩)에 대하여 호들갑을 떨지 말았을 걸 그랬지. 플라톤의 저서 (BC 380)에 나오는 ‘시인(詩人) 추방론’을 읽었다. 그는 진리의 원형질, ‘이데아’와 그것을 모방하는 현상계와 현상계를 재차 모방하는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이 공화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했다. 족쇄를 찬 노예들이 관람하는 동굴벽 그림자 놀이의 프로듀서들이 예술가라는 사연이다. 동굴 밖에 건재하는 ‘이데아, Idea, 이념(理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