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3

|컬럼| 415. 아리스토텔레스와 투란도트

대학시절 한 여대생과 사랑에 빠졌었다. 어느 날 그녀가 “우리 이젠 그냥 친구로 지내요,” 한다. ‘플라토닉 러브’ 관계 비슷하게 지내고 싶다는 것. 양파에 식초를 뿌려가며 자장면을 먹으면서 마주 앉은 것만으로도 마음이 호되게 설레이던 나에게 플라토닉 러브는 아주 이상한 외래어였다. 문학청년 티를 내며 시(詩)에 대하여 호들갑을 떨지 말았을 걸 그랬지. 플라톤의 저서 (BC 380)에 나오는 ‘시인(詩人) 추방론’을 읽었다. 그는 진리의 원형질, ‘이데아’와 그것을 모방하는 현상계와 현상계를 재차 모방하는 예술가들, 특히 시인들이 공화국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했다. 족쇄를 찬 노예들이 관람하는 동굴벽 그림자 놀이의 프로듀서들이 예술가라는 사연이다. 동굴 밖에 건재하는 ‘이데아, Idea, 이념(理念)’..

|컬럼| 359. Social Distancing

인적이 끊어진 이탈리아 거리는 쥐 죽은 듯 조용할 뿐, 배경음악이 없는 화면진행이 한동안 지속된다. 한 사람이 방에서 입을 꾹 다물고 창밖을 내다보는 장면이 이어진다. 2020년 3월 어느 주말, 방에서 창밖을 내다보는 대신 나는 티브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독 이탈리아만을 집중적으로 강타하고 있다. 지구상 모든 국가중 이탈리아의 사망율이 최고치로 9.5 퍼센트. 바이러스에 감염된 그들 열 명중 거의 한 명이 죽는다는 통계가 섬뜩한 현실로 우리를 엄습한다. 중국은 일찌감치 질병이 발생한 원조이기 때문에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이 버럭버럭 소리치며 울부짖는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바이러스의 숙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우리는 눈에 뵈지 않는 바이러스를 경계하고 회피하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