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 김정기 억새꽃 김정기 십일월이 떠나는 들녘에 서서 꽃을 피우는 친구여 밤마다 그림자가 나온다 연기가 나온다. 눈에서 입에서 버렸던 사람이 다시 찾아와 눈이 날리면 만날 수 있다고 알 수 없는 슬픔의 발원지에 힘든 나날을 이겨낸 나를 찾는 손짓이다. 늦가을 억새꽃으로 피어 바람을 타고 가는 길을 막는 손 물기 빠진 몸이 발붙인 웅덩이에서 물거울을 꺼내 본다 가을이 가고 다시 가을이 오는 그림자도 연기도 꽃이 되는 나이. © 김정기 2011.12.01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05
십일월 / 조성자 십일월 조성자 전리품들을 지상의 배고픈 이들에게 다 내어주고 깊어간다 서슬 푸르던 눈매는 감나무 가지끝 까치밥에 걸려 붉어졌다 숱하게 날아드는 생의 파편들을 막아내던 심장도 누군가의 번제물로 불사를 준비를 한다 누구나 청춘에게 빚진 자들이다 그 눈가에 곧 서리 내리겠다 김정기의 글동네/시 2010.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