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성 2

|컬럼| 445. 인사이드 잡, Inside Job

병동에 환청 증세가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들은 대체로 환청에 대하여 내게 소상하게 말하지 않는다. 50대 중반의 필립이 다른 병동에서 내 병동으로 꽤 오래 전에 후송돼 온 이유는 그곳 정신과의사에게, “Stay away from me! 가까이 오지 마!” 하며 복도에서 음산하게 말하고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속 마음을 남에게 쉽사리 털어 놓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얘기를 하자 하면 낮은 목소리로 거부한다. 필립이 외로운 자세로 병동을 걸어간다. 뒷짐을 지는가 하면 양손을 위로 올리며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무슨 시그널을 보내는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다른 환자들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를 회피하려는 눈치다. 그가 내 오피스 앞을 지나가며, “You don’t understand, ..

|詩| 틀린 음정

4월이 폭주한다 브릉 부르릉 샛노란 개나리 벚꽃 자목련서껀 서슴없이 합세하는 화살 다발 다발 소스라치게 날아가는 4월 사랑 피아노 페달을 심하게 밟지 않아도 괜찮아 페달에서 발을 아주 떼면 안돼 머리가 하얗게 센 온음표를 일부러 빠듯하게 연주하면 곡이 이상해지지 머리칼이 새까만 4분 음표들이 보무 당당하게 걸어가는 순간이다 군대식 질서 강약 중강약 척척 강약 중강약 착착 4월이 내뿜는 소리를 파스텔컬러로 그리려 해요 무관심과 애절함에 흠뻑 젖는 연주 태도 때문에 점수가 좀 깎인다 해도 *“틀린 음정을 치는 일이 곡을 틀리게 해석하는 짓보다 낫다…” 하며 소나타 형식을 난데없이 무시하고 얼떨결에 우수수 떨어지는 벚꽃 사랑이다 실성하는 자유를 박탈당한 entity답게 실성하는 자유를 완전 박탈당한 entit..

2022.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