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밥 2

|詩| 행진곡을 기다리다

광대뼈 뭉툭한 박정희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웃지 않는 얼굴로 돌아왔을 때 대한뉴스에 부는 바람 김포공항 흙바람 흑백영상을 코닥 컬러로 변조시키는 Washington Post March 행진곡이 터진다 대퇴근 힘살이 근질근질해지는 곡 육군사관학교 여드름 엉덩이 딱딱한 젊은이 울퉁불퉁한 바지 옆구리 두 손가락 너비로 꽉 재봉 된 실밥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어, 하며 당신이 소리쳤을 때 DMZ 하늘에서 조그만 돌덩어리들이 쏟아진다 젊은이들이 한사코 비무장지대에 몰려든다 근사한 유니폼을 입은 채 불쑥불쑥 태어난 꼬마 병정들이 골반뼈 나란히 저벅저벅 걸어가는 곡 시작 노트: 병정놀이가 전쟁이라는 말이니. 장난감 병정들이 척척 발맞추어 걸어가는 소리 들린다. 그들의 몸동작을 좌지우지하는 행진곡 멜로디가 ..

2022.12.09

|詩| 너무나 잠시예요

맞아요 봄이 너무 짧아요 거친 숨을 죽이면서 배로 호흡하는 유년과 성년의 틈새처럼 양지 바른 웅덩이 미지근한 흙탕물에 질주는 올챙이 떼처럼 무례한 사춘기처럼, 무례한 사춘기처럼 선잠에서 깨어난 깨알만한 풀꽃 씨앗과 다리가 부러질 듯한 사슴들이 춘곤증에 시달려 얼떨떨해하는 동안 내 곁을 훌쩍 지나치는 봄! 파도 치는 여름보다 코끝 빨개지는 겨울보다 앞가슴 실밥이 뜯어져, 앞가슴 실밥이 탁! 뜯어져 마음 상하는 가을보다 훨씬 더 짧아요 아닌가요? 아닌가요? 바람 부는 아침에 앞산 뒷산이 발칵 뒤집히는 이 봄이 너무나, 너무나도 잠시라는 게 © 서 량 2009.02.17

2021.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