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무대장치 무대장치 뺨에 힘이 저절로 들어가네은빛 마이크로폰 우뚝우뚝 서있는 무대바리톤 솔로 웃는 얼굴비행장을 으어어~♪ 노래하네 저도 몰래 낮게 신음하는 피아니스트 구슬픈 클라리넷 멜로디를 타고비행기 한대 붕 뜨는 캄캄한 무대배경 詩作 노트:2003년에 비엔나 근교 Linz 조그만 강당에서 동생이 내 詩에 곡을 입힌 ‘비행장’을 연주한 스토리다 이거 ⓒ 서 량 2024.09.14 詩 2024.09.14
|詩| 목련이 쿵 하면서 목련이 땅에 떨어질 때 무슨 소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쿵 하는 타박상 이상의 충격이거나 들릴락 말락 하는 손목시계의 실고추 같은 빨간 초침이 재깍재깍 돌아가는 소리랄지 혹은 근사한 포도주 잔이 쨍그랑 깨지는 경악인지도 몰라 그것은 나무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신음하면서 의식이 돌아오는 4월 찬바람 속 스산한 기쁨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나 목련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고개를 심하게 갸우뚱하지 않고도 제대로 잡아내는 경지에 들어갈 것인지 지금으로서도 자못 궁금한 심정이다 © 서 량 2002.04.16 -- 두 번째 시집 수록 (2003) 시작 노트: 20년 전에 쓴 시에 대하여 동정심을 품는다. 시를 일말의 소회, 수상, 스쳐가는 느낌의 직설적 표현 같은 것으로 치부하던 시절이었다. 그 상투적인 .. 발표된 詩 2024.04.16
|詩| 수퍼 핑크 문 2020년 4월에 수퍼 핑크 문이 둥실 두둥실 뜬대 손만 뻗치면 커다란 분홍색 달을 만질 수 있대 얼마든지 2020년 4월 8일 앞마당에 꽃잔디가 펼쳐질 때쯤 수퍼 문을 건드릴 거다 지구 그림자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고 앞마당도 사라지고 없고 분홍색 꽃잔디가 궁창에 붕 떠서 내 전신을 감싸줄 때쯤 달이 지구에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와 평소보다 7 퍼센트 더 크게 16퍼센트 더 환하게 당신 눈과 이마를 적셔줄 거다 2020년 밤이면 밤마다 지구가 신음 소리를 낸대 지구가 너무 아파하니까, 2020년 4월 8일 밤에 수퍼 핑크 문이 하늘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는 거래 ©서 량 2020.03.31 詩 2020.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