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 2

쑥대밭 / 김정기

쑥대밭 김정기 옛날, 옛날 구성동 입구 쑥밭(蓬田) 마을에는 착하고 부지런한 노인이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나 즐겁게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은 나무 하러 산으로 들어갔다가 초립동자를 만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니 초당이 하나 나왔는데, 이 초당에는 월명수좌(月明首座)라는 신선이 살고 있었다. 그 신선은 노인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대접할 것을 만들겠다면서 콩 몇 알을 가지고 산 능선으로 올라갔다. 신선이 심은 콩은 짧은 시간에 싹이 트고 자라 노인이 보는 앞에서 열매가 익었다. 신선은 콩을 따다가 두부와 음식을 만들어 노인을 대접했다. 노인은 풍성한 대접을 받고 정담을 나누느라 집에 돌아가는 일을 잊어버렸다. 얼마쯤 놀다가 집 생각이 나서 신선과 이별하고 돌아와 보니, 노인이 살던 마을..

|詩| 서서 꾸는 꿈

시간이 비틀어져요 내 중뇌(中腦) 깊숙이 붙박이로 자리잡은 시간관념이 배배 꼬이네 은행나무 나이테 동심원 동그라미들 뺨이 움푹움푹 파여요 진한 핑크 빛 뒷동산이 쑥쑥 자라 옛날 옛적 KBS 방송국 근처 남산 송신탑보다 훨씬 높게 하늘을 찌릅니다 어마어마해요 산길 오솔길 위에 맹목의 발자국들이 차곡차곡 쌓이는구나 한동안 단전호흡을 하다가 슬며시 눈을 뜨면 남산이 콩알만해 진다 당신의 알뜰한 피부감각이 스르르 흩어지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내 환상의 변두리를 훌훌 넘나드는 흰옷 입은 신선들의 긴 은발만 자꾸 눈에 밟혀요 © 서 량 2011.06.24 (시와 시세계) 2016

발표된 詩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