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깨기 김정기 벽돌에서 풋사과 냄새가 난다 컴퓨터 안에 열리는 벽돌은 못 말리는 식욕이다 창을 때리는 새벽 빗소리다 숨겨놓은 사랑이다 은빛 포장지다 눈 내리는 고향마을이다 언제나 처음인 것처럼 떨리는 詩다 사람보다는 나무가 꿰지 않은 구슬더미가 시인보다는 시가 좋아지는 겨울에 벽돌은 공을 맞고도 부서지지 않는다 안으로 안으로는 조여 안아 금강석이 된다 사각형 가슴에 묻어 놓은 벽돌에 빨려 들어간다 남은 시간이 아깝지 않다 © 김정기 2011.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