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374. 가을 햇살은 비스듬하다
초추의 양광이 뚜렷한 2020년 가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퇴근길 차창을 스치는 낙엽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소슬바람이 불어온다. 수목들의 잎새가 땅으로 떨어지는 일이 순조롭도록 도와 주기 위해서다. 가을바람에 우리의 슬픔이 숨어있다. 당신은 혹시 기억하는가. 옛날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의 시작 부분을. – “울음 우는 아이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 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래서 가을비는 처량히 내리고…” 감상(感傷)에 빠지는 가을이다. 마음 놓고 슬픔을 곱씹어도 괜찮다. 슬픔은 어수선한 심사를 갈무리해준다. 하늘하늘 춤추며 흙을 향하여 추락하는 잎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