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6

|詩| 아이들 눈

아이들 눈 살아있음은 스토리텔링이다당신이 특히 그렇다당신의 눈이 반짝인다별보다 더 빛나는 눈빛울면서도 웃는 눈아이가 혀를 보이며 웃는다안경 없이 세상을 보는 아이들눈이 나빠서 안경을 쓴 어른도 아이다 사실 詩作 노트:아이들을 위한 동화 동물이 판을 치는 동화 스토리텔링은 완전 어른들을 위한 여흥이다  © 서 량 2024.05.13

|컬럼| 396. 언어는 꿈이다

십여 년 전에는 외래진료소에서 환자를 보면서 당신과 나 같은 이른 바 정상인들의 정신적 갈등과 고통을 다루었다. 환자의 꿈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때에 따라 유효한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폐쇄병동 입원환자들을 상대로 하면서 그들의 꿈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전혀 없다. 그 대신, 그들의 환청이나 망상 자체가 꿈이나 다름없다는 경이감에 빠진다. 자존감의 빈곤으로 비관하는 환자가 과대망상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소원성취(wish fulfilment)에 급급한 심리상태가 빚어내는 비현실적 현실이다. 소원성취는 꿈의 가장 고마운 기능이다. 꿈에 소원이 성취되는 것은 참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다. 엄청난 소원이 아니더라도 조그만 소망이 충족되는 순간 당신은 꿈에서 깨어난 후에도 오랫동안을 행복해하지 않았던가. 언..

|컬럼| 414. 너는 중요해

어릴 적에 영어를 배울 때 헬로, 오케이 수준을 넘어서 원어민 발음을 처음 흉내 냈던 말이 ‘워츠 매리 유’ 였다. ‘What’s the matter with you?’를 빨리 발음하는 소리가 내 귀에 그렇게 들렸다. 우리말로 ‘뭐가 문제야?, 무슨 일 있어?’라는 뜻. ‘What’s the problem?’과 거의 같은 의미. 이민진(Min Jin Lee, 1968~ )은 7살 때 부모와 함께 이민 온후 예일대 역사학과와 조지타운 법대를 졸업하고 잠시 변호사로 일했다. 그녀가 20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쓴 소설 ‘Pachinko, 파친코’를 애플 TV가 제작해서 2022년 3월 25일에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8부작을 몰아쳐 보았다. 그녀는 예일 대학 2학년때 일본을 다녀온 선교사가 학교 교회에서 들려..

|詩| 인터뷰 시간

내가 원하는 건 청명한 가을 하늘, 그런 투명성 과학으로는 도저히 해명할 수 없어요 당신 말씨는 신화(神話) 오래된 스토리텔링 진화론에는 음험한 구석이 있어 어딘지 내가 원하는 건 가까운 도로공사 굴착기 소리 호흡이 잘 맞는 멘델스존 피아노 트리오 1악장 찌뿌듯한 빌딩 사이로 종이 테이프 쪼가리 우수수 떨어지는 퍼레이드 진행 중 중절모자 쓴 두 사내가 총질을 해요 한쪽 사내의 무릎이 꺾이면서 픽 쓰러진다, 그런 흑백영화를 떠나서 나는 당신의 질문을 시방 모양빠지게 맞받아치는 중 © 서 량 2021.11.11

2021.11.12

|컬럼| 351. Fishwife 스토리

꿈의 해석에 대하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꿈의 해석은 똥꿈이나 돼지꿈 따위가 좋은 일이 생길 징조라는 세간의 해몽과 엄청나게 다르다. 꿈은 개인적인 사연을 품고 있으므로 집단의식에 입각한 공식대로 풀이한다면 죽도 밥도 안된다. 꿈은 꿈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사적인 스토리텔링이다. 정신분석은 스토리텔링이라는 생각을 나는 자주 하는 편이다. 꿈을 해석하는 사람 또한 스토리텔링에 몰두한다. 두 사람이 숙연한 표정으로 마주앉는다. 이들의 대화는 과학적인 정보를 교환하는 작업이 아니다. 서로의 안색을 살피며 스토리에 전념할 때 둘 사이에 힐링이 일어나는 신비한 절차가 이루어진다. 어린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을 때 어머니가 읽어주는 베드타임스토리는 또 어떤가. 늑대, 곰, 혹은 남매를 가마솥에 ..

|컬럼| 361. 말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

-- To live is to suffer. To survive is to find some meaning in the suffering. (Nietzsche) -- 삶은 시달림이다. 살아남는 다는 것은 그 시달림에서 어떤 의미를 찾는 것이다. (니체) 제임스가 죽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망원인이었다. 몸이 뚱뚱하고 지능이 남들보다 많이 낮은 반면에 성격이 참 원만했던 제임스가 엊그제 죽었다. 내가 묻는 말은 전혀 대답하지 않고 딴소리를 하는 버릇이 있었지만 아무 결론 없이 이야기를 마무리해도 늘 좋은 기분을 남겨주는 병동환자였다. 내과의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저도 제임스를 좋아했다고 말하면서 그의 죽음을 슬퍼한다. 나는 코로나 환자와 가족과 응급실 의사들의 미치광스러운 나날에 대하여 잠시 생각한다. 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