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4

|詩| 관광여행

그 무엇보다 쓰라리게 감춰진 상처 전면 개방하기 그 어떤 것보다 무서운 권력의 내부구조 낱낱이 탐색하기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데야 피치 못할 숙명이라는 데야 YouTube 화면 하단에서 치솟는 답글, 답글, 답글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금단의 땅, 어두운 땅 어리숙한 내 아버지의 비밀을 관람한다 당신과 내 배경음악을 다 끄고 난 후에 시작 노트: 2022년 5월 10일, 청와대가 일반인들에게 전면 개방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YouTube를 정성껏 시청했다. 비밀이 없어질 수록 그만큼 더 비밀이 쌓일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권력을 추구하기 위한 비밀은 없을 수록 좋지 않을까. 남을, 남들을, '지배'하는데 쓰이는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애타주의를 표방한 엄숙한 속임수인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인가. ..

2022.05.13

|컬럼| 366. Amor Fati

한 지인에게서 짧은 사연의 이메일을 받았는데 마지막 문구가 “매일 좋은 일만 있으십시오”다. 이런 덕담은 듣기에 좀 그렇다. 사시사철 좋은 일만 일어나라는 덕담이 빈말처럼 들린다. 매일 아침 마스크를 쓰고 병원문을 들어서면 직원이 대뜸 이마에 레이저 체온기를 들이대는 2020년 6월과 결이 맞지 않는다.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 나를 죽이지 않는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명언이 떠오른다. 니체의 강인한 초인(超人) 철학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초인은 고난을 견디기보다 발벗고 나서서 사랑한다. 그는 신의 가호를 바라기보다 신의 죽음을 선언한다. 당신과 나에게 강한 동기의식과 패기를 부여한다. 그는 하릴없이 좋은 일만 호락호락 일어나기를 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