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사람 김종란 겨울사람은 언저리에 닿고 싶다 담배를 태우면서 화면 가득 노래 부르는 샹송가수 그 부드러운 미소 거침없는 커다란 눈과 입 살아있으므로 닿을 수 있다 이제 겨울 한 가운데서 수프를 끓이면서 보내는 시간 겨울 밤 불빛들은 가슴 언저리 꽃처럼 머물다 간다 추운 것을 함께 견디려 하다가 짐짓 더 추운 것을 서로 덤으로 얹어 주면서 겨울사람 하나 영화 속으로 들어가고 샹송가수는 걸어나와 수프를 끓인다 겨울사람 영화속에서 커피잔 언저리 살짝 두드리며 입술에 와 닿았던 향기의 소소한 부분을 불러낸다 칼로 말을 자르는 추운 부엌에서 샹송가수는 부드럽게 노래를 불러준다 남겨진 겨울사람에게 © 김종란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