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 김종란 수 김종란 숫자 사이 멈춰 서서 숫자 사이 앉아서 숫자 사이 졸다가 숫자 사이 난 길로 걸어가 해와 달을 지난다 숫자 사이 잠들다가 깨어난다 잠시 잊어버린 숫자 하나를 찾다가 다가 온 숫자에 기뻐한다 숫자들과 다정히 지내며 수의 세계에 뉘앙스 모순 미움 등을 나란히 세워 본다 © 김종란 2016.02.29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13
|컬럼| 286. 사랑스러운 붙음 당신과 내가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윤회설과 인과응보 사상에 입각한 불교의 12인연 법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고리를 연결한다. ①무명(無明) ②행(行) ③식(識) ④명색(名色) ⑤6입(六入) ⑥촉(觸) ⑦수(受) ⑧애(愛) ⑨취(取) ⑩유(有) ⑪생(生) ⑫노사(老死). 이런 한자어로 우리를 압도하는 묵직한 문자들 때문에 주눅이 들지는 말거라. '①무지 ②행동 ③의식 ④명색 ⑤6개 감각 ⑥만지기 ⑦받기 ⑧사랑하기 ⑨갖기 ⑩존재하기 ⑪태어나기 ⑫쇠퇴하기'라고 쉽게 풀면 고만인 것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춤추듯이 돌아가는 이 삼라만상의 변천 과정에 애착이라는 현대심리학 용어를 적용시키는 학구적인 작업에 몰입하기로 한다. 애착은 '⑥만지기 ⑦받기 ⑧사랑하기 ⑨갖기 ⑩존재하기'라는 명찰을 가슴에..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22.08.24
|컬럼| 230. 손 좀 보기 터키말로 '엘' 하고 발음하면 손(手)이라는 뜻이고 몽고말로 '윌' 하면 일(事)이라는 뜻이다. (서정범, 국어어원사전, 473쪽, 2003) 아닌 밤중에 내가 터키어와 몽고어를 들먹이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언어학자들 간에 논란이 많기는 하지만, 한국말이 우랄 알타이어에 속한다는 학설.. 뉴욕중앙일보 컬럼, 잠망경 2015.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