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구름 5

|詩| 새벽 커피 컵

환한 전등 아래 다 마신 커피 어둑한 커피 컵 속 대천해수욕장은 내 영혼의 어린이 놀이터 여럿이 우와 소리치며 타는 커다란 파도 파라솔 모래사장 하늘색 줄무늬 물색 커피 컵 옆 회색 가정용 전자혈압계 *LCD 표시판 널브러진 뭉게구름 하루에도 몇 번씩 눈감고 찾아가는 곳 파도 소리 우람한 햇살 아래 해맑은 대천해수욕장은 *Liquid Crystal Display - 액정(液晶) 표시장치 시작 노트: 새벽마다 혈압을 재는 습관이 생겼다. 건강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관찰 대상으로 삼아서 이거 참 재미있는데, 하는 일정이다. 혈압이 좀 높다 싶으면 10초, 20초 눈을 감고 11살 때 처음 갔던 대천해수욕장을 눈에 생생하게 그리고 나서 다시 재면 혈압수치가 10, 20, 드물게는 30 정도 뚝 떨어진다...

2022.01.06

|詩| 이거

포도를 먹고 있어 입에 침이 흥건하게 옛날을 씹듯 배경음악은 하하, 커다란 솜구름이 몸을 뒤척이며 코고는 소리 같기도 아니 이건 완전 업 비트 재즈 리듬이야 수영 선수가 휙휙 팔을 휘젓는 물 속에서 매번 푸푸, 고개를 쳐들 듯, 아니면 이 포도주잔 밑바닥에 달빛 출렁이는 밀물로 파고드는 비브라토가 심한 당신의 콧노래야 에코 흥건한 교회화음 물살이 내 이마를 가벼이 때리는 연신 따스한 소리, 이거 © 서 량 2012.12.19 – 2021.11.07

2021.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