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2

|컬럼| 416. 낯선 사람에게 말하기

커다란 양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어느 백화점 향초 섹션을 머뭇거린다. “초콜릿보다 바닐라 냄새가 더 좋아요,” 하며 한 백인 중년 부인이 등뒤로 바쁘게 말하면서 지나간다. 나는 두 향초를 킁킁대며 검토한다. 초콜릿 냄새는 공허감을 자극하는 반면에 바닐라 향기는 왠지 마음을 가라앉히는 느낌이다. 그 여자는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초콜릿향과 바닐라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도와주려는 의향이었나. 그녀가 낯선 사람에게 훌쩍 말을 던지고 지나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의 2019년 저서 를 읽었다. 이듬해 한국에서 번역판이 나왔는데 제목을 이라 해 놓았다는 것을 검색해서 알았다. 저자는 2015년 7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일어난 30세의 히스패닉계 경찰과 28살..

|컬럼| 18. 주인과 손님

호텔(hotel), 병원(hospital), 주인(host), 적개심(hostility), 또는 볼모(인질: hostage)의 말 뿌리가 동일하다는 사실을 당신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hospital'에서 파생된 'hospitality'는 '융숭한 대접'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 경건한 말 속에 '적개심'이라는 의미가 숨어있다는 말인가. 고대 라틴어 'host'는 '다수'와 '적'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소수에게 다수는 항상 적이었다. 'host'는 낯선 사람 외국인을 뜻하는 'hostis'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저절로 짧아진 단어이다. 그러니까 다수뿐만 아니라 타인이나 외국인도 적으로 취급했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어른들의 잠재의식을 대변하는 어린애들 말에도 내편은 '우리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