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양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어느 백화점 향초 섹션을 머뭇거린다. “초콜릿보다 바닐라 냄새가 더 좋아요,” 하며 한 백인 중년 부인이 등뒤로 바쁘게 말하면서 지나간다. 나는 두 향초를 킁킁대며 검토한다. 초콜릿 냄새는 공허감을 자극하는 반면에 바닐라 향기는 왠지 마음을 가라앉히는 느낌이다. 그 여자는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초콜릿향과 바닐라향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도와주려는 의향이었나. 그녀가 낯선 사람에게 훌쩍 말을 던지고 지나간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 1963~)의 2019년 저서 를 읽었다. 이듬해 한국에서 번역판이 나왔는데 제목을 이라 해 놓았다는 것을 검색해서 알았다. 저자는 2015년 7월,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일어난 30세의 히스패닉계 경찰과 28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