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행일지 김종란 비상 착륙한 오지에서 오렌지 몇 알 패랭이 꽃 몇 송이 물 한 컵 루소의 고백록 빈터에 적어 본다 울렁이고 헛헛하다 (이 어지러움을 잠 재울 한마디 말을 기다린다) 눈을 감고 옷깃을 여민다 찻잔에 소용돌이 치던 바람 낯선 바람소리에 입술을 댄다 바람의 기억으로 비행의 속도를 더듬는다 몰두하던 풍경이 조각조각 흘러내려 유리 파편에 스며든다 반짝임을 손끝으로 민다 그 작은 유리문 뒤 배회하던 먼 길 베고 누웠던 길 고양이 한 마리 화들짝 감았던 눈을 뜬다 허기지고 눈부시다 봄은 가벼이 날아가 남겨진 것은 무거워 허기지고 눈부시다 먼 길을 다시 걸어 가야 한다 (한 마디 말을 붙잡는다) © 김종란 2014.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