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 2

다시 세모에 / 김정기

다시 세모에 김정기 오던 길 돌아갈 수 있을까 물기 있던 시절 돌아보면 수많은 잎들이 돋아나고 세상은 변해도 여전히 아늑한 오솔길이었다 끌어 모아 가지고 온 것 손에 쥔 것들이 시간 밖으로 떠내려가고 다시 돌아올 친구와 오지 못할 사람이 지나간 바람으로 흩어져 허공에 눕는 세모에 헝클어진 눈앞이 헷갈려 몸을 뒤척이는 땅 화창했던 어제도 잠든 나는 지금까지 어디에서 헤매었나 낡은 이력서 날려버리고 녹 쓴 날 닦고 나면 다시 가슴 뛰는 봄이 오려나 동창이 밝아지려나 그래도 우리는 다시 꿈꾼다 먼 들판 안개 걷어가는 눈부신 새해를 © 김정기 2016.12.30

|詩| 칠면조, 개나리를 쪼아먹다

4월 바람 찬 바람 휘말리는 무지갯빛 당신 네모난 입이다 세모꼴 쐐기 모양 샛노란 잔디 북북 할퀴는 단단한 발톱 열 개 잔디 잔디의 강행 강행처리 뭉툭한 大氣 기하학 大氣 타원형 바람 쪼아 먹는 일곱가지 색 당신 불거지는 젖줄이다 4월 바람 찬 바람 속 흥건한 눈물 샛노란 피 무지갯빛 빛 빛 나리 나리 개나리 칠면 칠면 칠면조 한 몸 한 몸 나는 한 몸 시작 노트: 앞마당에서 칠면조 여럿이 개나리를 콕콕 쪼아먹는 광경을 보았다. 얼른 사진을 찍었지.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하는 동요가 들리는 듯! 구글 검색을 했더니 글쎄, 개나리 꽃을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는데 맛이 좀 쓰대. 닭이나 칠면조나 발가락이 네 개인줄 알고 있지만 왠지 네 개가 아닌 다섯 개라고 우기고 싶은 생각이야. 이제 ..

202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