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량 시인 11

|詩| 눈속임

마음씨 착한 흑인 비서가 덜컥 죽었다네 무교동 낙지볶음 골목에서 치르는 장례식이다 이윽고 나는 돈 대신 도리토스 한 봉지를 조의금으로 내놓는다 도리토의 주성분이 고추장 된장 마늘이래요 더러는 울고 더러는 웃고 있다 시간과 공을 드렸지만 열매가 열리지 않고 마음만 복잡해지는 게 도리토 증후군이라더군 맛있어요 정말 맛있어요 알뜰살뜰한 당신의 사랑도 도리토 증후군이다 손이 입으로 꾸역꾸역 전달하는 감각의 요술이었다네 이 부분이 바로 사람 허벅지 정도 크기의 토막나무를 도끼로 힘껏 내리찍는 장면을 높은 위치에서 찍은 촬영기법입니다 앞서 지적하셨듯이 도리토가 삼각형 모양으로 마구 겹치는 마음입니다 © 서 량 2018.02.10

2018.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