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2

가을도시 / 김정기

가을도시 김정기 새는 몸을 허물어 도시를 덮었다. 열린 창문마다 햇살을 불러들이고 물기 가시는 가로수엔 준비된 적요가 홀가분하다 그의 벤치에는 새들 앉았다가 날아간다. 유엔 빌딩 옆 이끼 낀 돌담에 담쟁이 넝쿨 까칠해진 살결에 박혀 조그맣게 흔들리는 손가락들. 음악을 하려다 시를 쓴 사람의 집 전화통속에 들리는 불자동차 소리 5th 애비뉴 성당에 파이프 올간과 자지러지는 풍금소리에 뮤지엄마다 반 고흐와 샤갈의 노랑과 남빛의 휘장을 조용조용히 열고 몰래 치룬 장례에 숨어서 우는 달빛 하나의 외로움으로 떠나고 있다. © 김정기 2010.09.24

|컬럼| 394. 하늘에 사람이 나르샤

병동환자 매튜가 하는 말을 직원들이 잘 알아듣지 못한다. 나 또한 그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거의 다 파악한다. 그의 심중을 눈치로 때려잡는다. 매튜는 자기를 이해하는 나를 좋아한다. 정신과의사는 환자의 말을 귀담아듣는 일이 천직이다. 환자가 어떻게 말하느냐 하는 점에 대하여 냉정한 평가를 내리면서 무슨 말을 하는가, 하는 내용(content)보다 어떻게 말하는가, 하는 형식(form)에 더 신경을 쓴다. 폼생폼사다. 말이 즉 생각이다. 말의 형식이 일반인들과 크게 어긋나는 경우에 ‘formal thought disorder, 형태적 사고장애’라는 전문용어를 쓴다. 바쁜 세상에 사람들 간에 오고 가는 의사소통은 일단 구색만 갖추면 너끈히 통한다. 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