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9

|詩| 뜨거운 생선

뜨거운 생선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출렁이는 산소와 질소 물속에 깊이 파묻혀 사는 나는 비린내 풀풀 풍기는 생선이다 대기권 한 바퀴 돌고 난 후좋아라 꼬리치는 우주 눈부셔라 빗발치는 조명 詩作 노트:Long Island Expressway Exit 71로 빠져 로컬 길을 5분 안짝으로 운전해서 찾아간 좀 촌스럽고 조그만 Long Island Aquarium이다  © 서 량 2024.04.17

|詩| 지팡이

지팡이 -- 마티스 그림 “회색 로브를 입은 모니크”에게 (1942) 벽에 검붉은 생선 지느러미 없는 생선들 회색 예복으로 몸을 가린 여자 팔에 노란 팔찌 허리에 빨간 허리띠 머리를 괴고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있는 여자 왼쪽 지팡이에 오른쪽 손을 댄 채 詩作 노트: 마티스의 여자들은 손을 도무지 어찌 처리할지 몰라 한다.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듯 손을 슬쩍 의자 팔걸이에 얹는다. © 서 량 2023.10.10

|詩| 밤의 노래

습도 백 퍼센트 되는 새벽쯤 해서 끈적한 수증기로 사라지리라 먼 은하수 돛단배 뱃노래 에헤야 데야 일렁이며, 일렁이며 당신의 신경을 건드리는 굵다란 첼로 멜로디와 내 창문을 때리는 팀파니 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 주먹만 한 두 눈이 얼굴을 완전히 차지한 자궁 속 태아가 머리를 숙이면서 예쁜 생선 등골이 C자로 휘어지는 먹물 하늘에 몸을 던진다, 기꺼이 던집니다 베토벤 심포니 9번 4악장쯤 해서 젊음을 벗어난 바리톤이 냅다 소리치는 한밤, 기나긴 순간에 © 서 량 2018.10.01- 2021.05.19

2021.05.19

|詩| 뜨거운 생선

나이 먹으면 먹을 수록 인격이 원만해지기는커녕 좋고 싫음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 틈만 생기면 저를 놀리려 하시네요. 우리는 늘 과거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 수록 새삼 해보고 싶은 일이 많이 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짓 몇 개를 빼 놓고는 다른 일일랑 입 싹 씻고 눈도 주지 말아야지, 하며 마음을 다져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야. 접시 위에 얌전하게 놓인 생선이 저는 평생 단 한 번도 피를 흘려본 적이 없다고 속삭인다. 과거를 피하지 마세요. 과거는 마음의 고향이랍니다. 비단결 망사 지느러미를 휘저으며 날렵하게 기어오르던 물결, 그 광범위한 물살에 씻기고 씻겨 삐죽삐죽 돋아난 가시가 당신의 혀를 찌르는 저녁에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부드러운 생선살에 레몬즙을 뿌린다. © 서 량 20..

발표된 詩 2021.02.18

|詩| 魚眼렌즈

가을이 내 곁에 머문다 하늘색 도화지에 그리는 생선이 물 위로 솟구친다 사방으로 튕겨지는 무지개 색 속 깊은 바닥으로 몰려드는 물방울 양 옆을 잘 살피는 물고기 눈이 부드럽기도 하지 가을은 물속이야 그건 싱싱한 생선 향기 묻어나는 볼록 렌즈일 거예요 가파른 숨소리를 포착하는 수정체 180º 각도로 물 위를 점검하는 魚眼이 우리의 속을 들여다보는 가을이라니 © 서 량 2020.09.17

2020.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