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해태 해태 나는 가공 동물 불철주야 꿈틀대는 하늘 대놓고 드러내는 속마음 선악을 마다하고 시비를 살피는 상상력이다 빛을 향해 눈을 가리다가 눈을 왕창 부릅뜨는 詩作 노트: 해태가 시비를 잘 가린다는 말을 들었다 해태 눈깔이라는 참 재미있는 말도 있지 © 서 량 2024.05.24 자서전的 詩모음 2024.05.24
|詩| 여권만기일 살 떨리는 각성이었다 한여름 케네디 공항에서 자정쯤 내 여행의 자유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료됐다는 소식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을 때 불면의 밤을 절단하는 탐조등뿐만 아니라 허기진 밤참이 누워있는 식탁에서 생선구이 같은 고소한 비린내가 뭉실뭉실 났습니다 같은 시각에 짙은 안개가 서재 밖 키 큰 나무들 옆을 서성이고 있었지요 칙칙한 지느러미를 휘적거리며 그들이 떼를 지어 내 허랑한 상상력의 변두리를 슬금슬금 헤엄치는 밤이었습니다 이틀쯤 지난 대낮 태평양 뜨거운 하늘에서 발 밑으로 둥둥 떠도는 수제비 구름 덩어리들을 젖은 눈길로 검색했다 그러는 나를 누군가 비정하게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 서 량 2012.09.14 詩 2012.09.14
|환자얘기| 냉동실 속 사진 이 환자 얘기는 당신에게 꼭 해 줘야겠다 했지. 그것도 내 감동이 생생할 때 얼른, 기억의 빛이 바래기 전에 꼭 같이 킥킥대고 싶었다는 거. 근데 이 환자는 40대 후반, 멀리서만 봐도 로마인의 후계로 보이는 눈이 주먹만 하고 얼굴 골격이 비너스 조각처럼 생긴 여자라는 것까지는 좋아. 누가 뭐래. 근.. 환자 얘기 2010.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