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3

불쏘시개 / 김종란

불쏘시개 김종란 캘리포니아 여름 산불 손사래치는 춤사위 후미진 숲길 바람결에 그녀는 묻는다, 나? 홍수의 범람으로 물살이 솟구치네 매운 연기로 젖어 드는 하늘 숨 쉴 수 없어 푸르른 얼굴로 힘껏 팔을 벌린다 보이지 않는 포옹으로 불길을 끌어안는 순간 우르르 무너지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향기를 풍기는 그녀 의식의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무용수, 꿈속 숲을 뛰어다니며 잦은 숨을 몰아쉬는 그녀, 나? © 김종란 2021.07.31

진양조의 공간 / 김종란

진양조의 공간 김종란 당신은 가두지 않겠어요 바람 부는 곳 눈 내리는 곳 낙엽 지는 곳에 있어요 지켜 보고 있어요 비인 곳 까마득한 산불 일어 미세하게 느리게 침묵하는 것들은 함께 흔들리어 늦은 볕 아래 투명하게 불 붙다가 텅 비어져요 산뜻하게 베어져 이 빈터에 놓이네요 잠시 눈시울에 머뭇거리다 흘리지 못해 반짝 빛나다 별빛 아래 물기 듬뿍 머금은 흰 국화(菊花) 사라지는 것을 은유(隱唯)하며 이 비인 곳을 지나네요 *국악의 가장 느린 장단 © 김종란 2009.10.21

|詩| 손바닥

어느날 아침 산들바람이 회오리바람으로 변했습니다 마치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내 손바닥에서 큰 산불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한폭의 화려한 풍경화입니다 별똥별이 흐르르 스쳐가는 황무지에서 놀라지 마십시오라고 누군지 귓속말 해 주는 듯한 그런 서늘한 바람이 내 손바닥에 일고 있습니다 박수의 따가움과 더할 수 없는 마음 밖으로 기어이 터지는 웃음처럼 눈물이 번지는 것입니다 모두가 다 한 순간이다 하고 고개를 돌리면서 어느날 아침 산들바람이 회오리바람으로 변했습니다 마치도 더 이상은 그냥 있을 수 없다는 듯이 내 손바닥이 이렇게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 서 량 2000.11.18 (문학사상사, 2001)에서

발표된 詩 2008.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