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현장 2

|컬럼| 459. 심리치료

… 상징의 의미를 아무리 건드려 보아도/ 상징은 다시 살아나지 않음을/ 뒤늦게 전해드립니다/ 상징은 상징끼리만/ 오래 내통해 왔음을/ 제가 어찌하겠습니까… 2001년 본인 詩, 「사고현장」 나는 약물치료에 치중하는 정신과의사를 ‘druggist, 약사’라 부른다. ‘druggist’라는 앵글로색슨어는 ‘pharmacist’라는 라틴어보다 소탈하게 들리지만, 길거리 마약도 ‘drug’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어감이 좋지 않다. 되도록이면 심리치료에 의존하는 정신과의사를 ‘psychotherapist’라 한다. 약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체인 반면, 심리는 추상적인 컨셉이다. 약을 신봉하는 의사를 ‘유물론자, materialist’, 심리치료를 추구하는 의사를 ‘유심론자, mentalist’라 부르면서 유사시..

|詩| 사고현장

미안합니다 몇 개의 상징을 품고 오셨다가 단 하나의 상징만을 남기고 떠나셨음을 제가 압니다 그렇게 애쓰지 않으셨어도 좋았을 것을 그렇게 애쓰지 않으셨어도 괜찮았을 것을 상징의 의미를 아무리 건드려 보아도 상징은 다시 살아나지 않음을 뒤늦게 전해 드립니다 상징은 상징끼리만 오래 내통해 왔음을 제가 어찌하겠습니까 그리고 저 자신도 하나의 상징만으로 남을 것임을 속 깊이 알고 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서 량 2000.11.16 (문학사상사, 2001)

발표된 詩 2021.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