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꽃 김정기 세끼를 커피 숍에서 때우는 린다는 우리 집 단골손님이었다. 탐욕스럽게 샌드위치를 먹고 나서 냉수를 마시며 정부보조금을 아껴서 연명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도넛 하나를 주면 고개를 저으며 사양하다가도 돌아서면 게눈 감치듯 먹어치웠다 끝없는 식욕을 잡을 수 없으면서도 고요는 땅으로 가라앉아 켜를 이루고 린다의 평지엔 풀 한 포기 자라나지 않았다. 와인 빛깔 새 코트를 입고 온 날 아침 우리는 합창하듯 칭찬했더니 단 한 번 조금 웃어보였다. 포도주잔들이 쨍그랑 부서지며 그녀의 허기는 메워지고 있었다 혼자 있게 해 달라는 완강한 토라짐 대신 한 번쯤 무료로 주는 빵을 씹으며 쪼글쪼글한 입매에서 고맙다는 말도 새어나오고 그 얼굴은 젖은 꽃이었다. © 김정기 2010.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