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2

|컬럼| 469. 피자와 막대기

병동의 규칙을 언급하면 묵묵무답. 그러나 피자를 화제로 삼으면 모두의 표정이 환해지는 금요일 오후 그룹 세션이다. 우리는 왜 규칙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피자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는가. 피자 냄새와 맛이 연상되는 순간 후각과 미각이 합쳐져서 감각적 본능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다. 리처드가 묻는다. 한국인들도 피자를 좋아합니까. 토핑으로 무엇을 얹어 먹습니까. ‘pizza’는 ‘피쩌’라 발음하면 어쩐지 공격적으로 들린다. 경음을 피하고 ‘피자’, ‘자장면’이라 하면 맥없이 부드러운 기분이다. ‘noodle, 국수’, ‘chop suey, 잡채’ 같은 발음도 다분히 여성적이다.  납작한 빵을 뜻하는 히브리어 ‘pita’와 그리스어 ‘petta’는 ‘pizza’와 말뿌리가 같다. ‘피쩌’는 전인도유럽어의 쪼가..

|詩| 철도관사의 추억

양말 뒤꿈치가 해어지면 할머니가 양말 속에 죽은 전구를 얼굴이 통통한 전구를 깊숙이 집어넣고 따끔한 바늘 끝으로 콕콕 찌르면서 내 비언어(非言語)를 기워주신다 할머니가 종아리 어깨죽지 팔꿈치며 내 불온한 육체에 골고루 신경을 쓰시는 중 만지작거리는 당신 셋 째 손가락만 한 크기 에무왕(M1) 총알, 내 유일한 장난감 시어(詩語)! 끝내는 내 손안에 들어온 불발탄 에무왕 총알 꽁무니 복판에 새빨간 점이 찍힌 에무왕 총알 에무왕 총알 뾰족한 얼굴 외에도 내 젊은 아버지 청량리 철도관사 앞뜰에 떨어진 못, S자로 구부러진 대못도 소중한 장난감이다 내 훌륭한 비속어(卑俗語)! © 서 량 2007.08.09 - 2021.03.05

2021.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