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6

|컬럼| 445. 인사이드 잡, Inside Job

병동에 환청 증세가 있는 환자들이 많다. 그들은 대체로 환청에 대하여 내게 소상하게 말하지 않는다. 50대 중반의 필립이 다른 병동에서 내 병동으로 꽤 오래 전에 후송돼 온 이유는 그곳 정신과의사에게, “Stay away from me! 가까이 오지 마!” 하며 복도에서 음산하게 말하고 위협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속 마음을 남에게 쉽사리 털어 놓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얘기를 하자 하면 낮은 목소리로 거부한다. 필립이 외로운 자세로 병동을 걸어간다. 뒷짐을 지는가 하면 양손을 위로 올리며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무슨 시그널을 보내는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다른 환자들은 기이한 행동을 하는 그를 회피하려는 눈치다. 그가 내 오피스 앞을 지나가며, “You don’t understand, ..

|詩| 차꿈

차를 어디에 주차했는지 몰라서 한참을 절절매다가 꿈을 깼다, 불안했어 다시 같은 꿈으로 돌아갔는데 다시 차를 찾지 못하고 주저앉아 엉엉 울었다 똥꿈이 재수가 좋대, 돼지꿈도, 많이 우는 것도 현실보다 더 현실스러운 꿈 캄캄한 우주 끝 간 데까지 비추는 고성능 헤드라이트 제멋대로 나다니는 환상의 차 내 지극한 원심력(遠心力), 앞으로 그런 꿈을 차꿈이라 불러야겠어 차를 찾아 주차장을 헤매는 꿈이 재수가 참 좋대 © 서 량 2007.08.26 - 2021.04.14

2021.04.14

|컬럼| 333. 왜 난동이 일어날까

내가 일하는 정신병원은 병원 전체가 폐쇄병동이다. 환자들이 다른 병원을 여러 군데 전전하다가 후송돼 오는 곳이기 때문에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어렵고 오래 걸린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확성기를 통하여 ‘코드 그린’이 전 병원에 울려 퍼진다. 직원들이 비상사태가 터진 병동으로 뛰어간다. 한 환자가 난동을 피운 결과가 코드 그린의 원인이 된다. 그린, 초록은 성장의 상징이니까 환자들이 정신적 성장을 위하여 난동을 부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나는 자주한다. 어릴 적 길거리에서 내 또래 코흘리개 어린애들이 치고 박는 싸움이 나면 동네 어른들이 “싸워야 키 큰다”며 소리치며 애들 몸싸움을 선동하던 기억이 난다. ‘agitation, 난동’에 대하여 환자들과 토론했다. 난동을 피우는 환자는 병동직원이나 다른 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