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끈 3

|컬럼| 4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지 2년 반에 접어든 2022년 6월 끝자락. 아직 외식을 하기가 좀 불안한 세상이다. 군대 시절. 장교와 사병이 식사를 같이 하지 않아야 해서 위생병들과 한 자리에서 밥을 안 먹던 기억이 난다. 남녀가 가까워지려고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풍습과 정 반대 경우. 장교와 사병이 친근해지면 위계질서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의사는 자기 가족을 다른 동료의사에게 일임한다. 아들환자가 아버지의사 말을 고분고분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아버지의사는 자칫 감정에 치우치기 쉬운 이유에서다. ‘Familiarity breeds contempt’. ‘친숙은 경멸의 근본’. ‘가까워지면 무례해 진다’는 격언. 우리 속담의 ‘오냐오냐 했더니 할애비 상투를 틀어잡는다’와 같은 ..

|詩| 봄이 울고 있다

봄이 혼자 우는 소리를 듣고 있어 봄은 공연히 무서워서 울기도 하지만 제풀에 혼자 좋아서 우는 수도 많대 겨울 내내 쌓이고 쌓인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들이 고놈의 뾰족뾰족한 고드름들이 질질 녹을 즈음 봄에는 개구락지건 종달새건 미나리건 민들레건 줄곧 울어댄대 나도 당신도 같이 울어 볼까 핏덩어리 볼기짝을 탁! 때리면 갓난아기가 소스라치게 울듯 그렇게 으앙! 하면서 우리는 울어도 좋아 진짜야 우리가 봄이 아니면 인제 언제 울겠어 한 여름에 우는 건 말도 안돼 날씨가 텁텁해지면 우리 감성이 드라이해진대 사랑은 봄이나 가을에 태어나야 해 그것도 봄에 함초롬히 솟아나는 새파란 새순이라야 제격이래 © 서 량 2008.03.04

2008.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