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 김종란 불쏘시개 김종란 캘리포니아 여름 산불 손사래치는 춤사위 후미진 숲길 바람결에 그녀는 묻는다, 나? 홍수의 범람으로 물살이 솟구치네 매운 연기로 젖어 드는 하늘 숨 쉴 수 없어 푸르른 얼굴로 힘껏 팔을 벌린다 보이지 않는 포옹으로 불길을 끌어안는 순간 우르르 무너지는 캘리포니아 오렌지 향기를 풍기는 그녀 의식의 흐름이 뚝뚝 끊어지는 무용수, 꿈속 숲을 뛰어다니며 잦은 숨을 몰아쉬는 그녀, 나? © 김종란 2021.07.31 김종란의 詩모음 2023.02.04
불쏘시개 / 김정기 불쏘시개 김정기 내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 헤매고 있으면서 구겨진 모국어를 껴안고 흐느끼면서 문우들에게는 불붙은 꽃이 되라고 높게 키운 불에 눈을 뜨라고 입 다문 그대의 입이 열린다면 몸으로 성냥을 긋고 나를 살라 불길을 만들 수 있다면 산이 부서져 피리가 되는 아궁이에서 젖은 그림자를 말리며 은하가 되리 물결이 되지 못한 물은 강 밑바닥에 가라앉아서도 노래 부르며 타올라 가리, 가랑잎 되어 꽃으로 밀봉하여도 불꽃이 되기 위해 헝클어진 말들을 함께 추려 빗기자고 활활 타는 뜨거움으로 시간을 새길 수 있고 세계 곳곳을 달굴 수 있고 이제 빛나는 별들이 되고 있는 그대들 위해 한줌 재로 조용히 삭으러지리 © 김정기 2017.09.02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22
|詩| 피아노, 그리고 혼잣말 5월 끝자락을 바람이 쓱 훑어 지나가네요 5월이 숲으로 재빨리 잦아드는 걸 보고 있어요 다시는 5월이 날 찾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정말 가슴이 푹 파였지만 피아노는 대충 정갈한 옷차림이다 피아노는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은 클라리넷에게 눈길을 던진다 자, 준비가 다 되셨겠지요 하.. 詩 2019.05.28
|詩| 비누 향기 유황 불길이 뱀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지하에서 일어나는 선과 악의 대결 같은 거요 올림픽 경기 포환 던지기의 구심력 같은 거 말이지요 나와 물 사이에 아찔한 견인력이 적용된다 유황 불길이 비릿한 땅콩 냄새를 풍기며 승천하고 있어요 이건 정말 부활입니다 아, 머리칼이 마구 헝클어지네 이제는 .. 詩 2011.01.06
|詩| 휴화산 용암이 하늘을 새떼처럼 후루룩 훨훨 날아다니는 걸 보았니? 텍사스에 움푹 파인 커다란 운성의 흔적이며 바삭바삭한 고대 그리스 신전 기둥보다 우람한 우주의 척추 같은 거, 여의도 광장 정도 크기로다가 먼지 덩어리가 풀썩거리며 엉망진창으로 날뛰는, 그런 화려한 화염을 상상해 보.. 詩 2009.06.21
|詩| 불 바람이 죽은 후 숲은 잠시 묵상한다 목젖 갈라지는 트럼펫 소리가 순 재즈식 화음진행을 크게 좌우한다 눈을 감는 순간 살아나는 불씨 무지몽매한 타악기의 빗발치는 공격이 있었다 마른 나뭇가지 끝 마디마다 저승의 꽃을 태우는 숲속 불길 불길의 존재이유를 나는 알지 못한다 공기의 .. 발표된 詩 2008.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