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3

|詩| 떡갈나무의 오후 4시

누가 하루의 극치가 정오에 있다고 했나요, 누가 오후 네 시쯤 개구리 헤엄치 듯 춤추는 햇살의 체취를 얼핏 비켜가야 한다 했나요 봄바람은 이제 매끈한 꼬리를 감추고 없고, 초여름 뭉게구름이 함박꽃 웃음으로 지상의 당신을 내려다 볼 때쯤 누가 작열하는 오후의 태양을 품에서 밀어내고 싶다 했나요 반짝이는 떡갈나무 잎새들 건너 쪽 저토록 명암이 뚜렷한 쪽빛 하늘 속으로 절대로 철버덕 몸을 던지지 않겠다고 누가 말했나요 © 서 량 2009.05.29

발표된 詩 2020.07.26

|詩| 목 속의 장작불

목 속에서 장작불이 활활 타고 있어요 목 속으로 봄바람이 연거푸 스며들어요 목 속 어디엔가에 내 유연한 유년기가 실개천처럼 흘러넘쳐요 오밤중에 겨울 숲 속을 헤매는 목이 짧은 동물 그림자가 아른거려요 나는 그 귀여운 동물의 정체를 알아냈어요 분명치는 않지만 아주 분명치는 않지만 불 기운이 트럼펫 소리보다 더 귀에 따가워요 샛별 같은 갈망의 불씨가 탁탁 튀잖아요 오, 불길이 가오리연처럼 미친 가오리연처럼 차가운 하늘로 치솟고 있어요 나는 뒤늦은 깨달음의 허리띠를 조여 매고 푸짐한 털목도리로 목을 감쌉니다 함박눈이 공손히 내리는 3월초에 나는 아무래도 당신의 침범을 이겨낼 재간이 없어요 © 서 량 2009.03.03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