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3

|컬럼| 432. 섶나무와 쓸개

어릴 적 배운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사자성어를 생각한다. ‘정신상담’과 첫소리만 빼면 발음이 똑같고 뼈에 사무친 내 직업의식 때문인지 늘 머리를 떠나지 않는 말이다. 대학입시 공부할 때 교감 선생이 멋모르는 우리들에게 와신상담해서 꼭 좋은 대학에 붙으라고 언성을 높여 당부하던 말. 쓸개의 쓴 맛이 입안에 느껴지는 말. 이빨을 득득 갈면서 마음을 독하게 먹고 노력해서 어떤 일을 성취한다는 뜻으로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말. 그 이상한 말의 내막을 공부한다. 때는 바야흐로 기원전 3,4세기 춘추전국시대다. 오(吳)나라 왕이 월(越)나라와의 전쟁에 패배하고 전사한다. 아들이 원통해 하며 삐쭉삐쭉한 섶나무를 매일 밤 깔고 자는 아픔으로 아버지를 위한 복수를 다짐한다. 아들은 얼마 후 전쟁에 이겨 월나라 왕을..

|컬럼| 388. 외로움

며칠 전부터 집 밖 어디선지 간간 꾸르륵, 꾸르륵, 터키 우는 소리가 들린다. 꼭 누구를 부르는 것 같은 소리. 매해 이맘때면 그러려니 하면서도 올해는 유독 크게 들린다. 창밖에 서너 살짜리 어린애 정도 키의 터키가 서성이고 있다. 턱밑 벼슬이 불그스레하다. 그는 집 뒤뜰 아주 가까이에서 내 서재 쪽으로 발길을 재촉하려고 벼르는 모양새다. 나를 정면으로 보면서 가만히 서있기도 하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360도로 사방을 살피면서 약간씩 앞뒤로 흔든다. 사나운 발톱으로 풀섶을 파헤친다. 땅에 날카로운 키스를 퍼붓다가 머리를 천천히 드는 동작이 나를 친구로 삼고 싶은 기색이다. 흡족하게 따뜻하지 못한 봄바람 속에서 터키 한 마리가 내 뒤뜰을 노닐고 있다. 많이 외로워 보인다. 어릴 적 하모니카를 배울 때 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