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보라색 보라색 그때와 지금 사이 꽃병 하나 알뜰히 놓여있네모자를 쓰고 앞을 바라보는 7살짜리2차 세계대전 직후 뉴욕 경찰 유니폼에 매달린 구리빛 단추 copper color당신 손가락이 터무니없는 보라색이다詩作 노트:눈을 감았다가 슬며시 뜨면 보라색이 보인다 밑도 끝도 없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유니폼이 떠오른다 © 서 량 2024.03.11 자서전的 詩모음 2024.03.11
|詩| 보라색 팔레트 보라색 팔레트 -- 마티스 그림 “잠자는 여자와 같이 있는 정물화”에게 (1940) 노랑색 주홍색 과일 여럿 물방울 덩어리 흥건한 palette 둥글게 휘어지는 palette knife, 팔레트 칼 성글게 떨어지는 빛방울, 빛방울 잎새 사이사이 꿈속에서 생글생글 웃는 여자 팔레트에 물감을 짜면서 色調 色調에 차분히 휘말리는 여자 詩作 노트: 마티스는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여자들을 자주 그렸다. 이 여자는 팔레트 모양 테이블 위 맛있어 보이는 과일을 옆에 두고 선잠을 잔다. 마티스는 과일을 먹는 여자를 그리지 않았다. 과일이나 음식을 먹는 사람을 그리는 화가는 아마도 없지 않나 싶은데. © 서 량 2023.06.18 마티스를 위한 詩 2023.06.18
푸른 웃음 / 김종란 푸른 웃음 김종란 조그만 트럼펫을 닮은 꽃 나지막한 가을 언덕에 보라색 푸른색 꽃들이 피어 있어 그 중 하나 내게 와 눈물을 머금은 채 푸르게 흔들리고 있어 웃음 속에 푸르름을 감추고 *앨런 긴즈버그의 언어를 뛰어넘어 지옥의 신기루를 넘나들어 고개를 기웃거리며 나를 들여다보고 있어 조그만 트럼펫을 닮은 꽃 에밀리 디킨스의 시에 나오는 gentian, 용담꽃이 활짝 피어나고 있어 * 비트 세대의 시인 © 김종란 2021.06.26 김종란의 詩모음 2023.02.03
이슬 맺힌 말(言) / 김종란 이슬 맺힌 말(言) 김종란 종이 집에 기대어 나팔꽃 무리 진다 이슬 맺힌 말 햇빛 속에 숨어있다 경이로운 고대의 문양/ 여리고 한없이 부드러운 입술을 연다 종이 집에 누워 시간을 거슬러 비치는 비밀 문서 파랗게 질린 눈썹으로 보라색 봉인을 응시한다 경건하게 나팔꽃 무리 진다 아파도 괜찮으니 약장 문을 닫는다 종이 집 물기 머금은 소식(消息) 머문다 © 김종란 2013.07.03 김종란의 詩모음 2023.01.04
|詩| 옛날 기차가 서있는 풍경 기차가 달린다 턱시도 컬러 숯검정이 아닌 기차는 보라색, 플러스 나풀대는 해바라기 꽃잎 기차가 와장창 골을 때리네 기차는 알록달록하다 진눈깨비를 맞으며 부동으로 서있는 기차를 나는 사랑할 수 없어 제발 그러지 마 플리즈 기차가 서있는 풍경의 배경음악이 문제가 될수 있지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멜로디는 따분해 저는 정말 그때만은 예외적으로 재즈 음률이 좋았습니다 무진장 기차가 시평(詩評) 받기를 거부한다 기차는 애오라지 기차일 뿐, 그런 기차가 기똥차게 달린다 격식이 없이, 격식이 없이 © 서 량 2011.03.02 - 2021.03.14 詩 2021.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