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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맨해튼 봄바람

봄바람 부는 날 쪽배에 탄 채 강물에 떠내려 갔지요 물결도 내 몸도 내내 가벼웠어요 둥둥 떠내려 갔지요 맨해튼은 가벼운 섬입니다 맨해튼은 생김새가 꼭 고구마 생김새예요 맨해튼을 드나드는 사람들도 모두 얼굴이 고구마 모양이잖아요 자세히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바람이 목 언저리를 자꾸 파고드는 날 당신과 내가 수소, 산소, 질소, 탄소가 되어 하늘에 둥실둥실 떠다닙니다 맨해튼을 사랑하기 때문인가요 봄바람이 연거푸 불어오는 날이면 © 서 량 2008.04.14 - 2021.03.29

2021.03.29

|컬럼| 371. 내 배꼽의 유리창

30대 후반의 마이클이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으로 입원중이다. 망상이나 환청증세 없이 간호사들을 희롱하고 성가시게 구는 말썽꾸러기다. 다른 병동에서 정신과의사를 두들겨 팬 후 그가 내 병동으로 후송온지 벌써 반 년이 넘었다. 아침 회진 시간에 그는 자기가 요즘 평소보다 더 이상해진 것 같다고 말한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를 스쳐가는 바람에 잠을 설치고 다음날 정신집중이 안된다 한다. 밤에 공상(fantasy)을 심하게 하면 그럴 수 있다고 내가 설명하자 그는 활짝 웃으면서 셔츠를 훌렁 들어 올려 배를 보여준다. 모두 힐끗 그의 커다란 배꼽을 보았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저는 원래 기분이 좋으면 남에게 배를 보여주는 습관이 있다고 답한다. 내가 자기의 마음을 알아줬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고 덧붙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