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3

7월 / 김정기

7월 김정기 풀꽃들은 지금도 젊게 핀다 해는 더 이상 늘어지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夏至의 뜨거움은 있었지 몸에서 불붙던 긴 낮은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밤이 조금씩 잡아당겨 덧난 빛깔들 고였는가 집집마다 작은 풀꽃 피어 잦아드는 빛을 밝히고 있다 7월을 건너가지 못하고 떠난 사람의 황홀이었나 하늘에 흐르는 강물 속 찍힌 발자국을 더듬는다 힘센 시간은 비켜가고 다시 산나리도 피어난다 꽃의 뼈가 굳어지면서 꽃 살에 물집이 생겨도 당신은 오늘을 화창하게 한다. 한낮의 적막이 젖어와 정갈한 단어만 물려주려고 땅에서 돋은 별을 주어 들고 계절의 가운데 몰려 있다 얼마큼 와 있는지 가늠 못해도 그 강에 가까이 서있다 한 다발 눈물도 흘려 보내면 그만인 발길도 뜸하다 가벼운 풍경을 몸속에 새기며 앳된 꽃잎 품에 품고..

|詩| 서서 꾸는 꿈

시간이 비틀어져요 내 중뇌(中腦) 깊숙이 붙박이로 자리잡은 시간관념이 배배 꼬이네 은행나무 나이테 동심원 동그라미들 뺨이 움푹움푹 파여요 진한 핑크 빛 뒷동산이 쑥쑥 자라 옛날 옛적 KBS 방송국 근처 남산 송신탑보다 훨씬 높게 하늘을 찌릅니다 어마어마해요 산길 오솔길 위에 맹목의 발자국들이 차곡차곡 쌓이는구나 한동안 단전호흡을 하다가 슬며시 눈을 뜨면 남산이 콩알만해 진다 당신의 알뜰한 피부감각이 스르르 흩어지면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내 환상의 변두리를 훌훌 넘나드는 흰옷 입은 신선들의 긴 은발만 자꾸 눈에 밟혀요 © 서 량 2011.06.24 (시와 시세계) 2016

발표된 詩 2021.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