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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이력서 / 김정기

물의 이력서 김정기 아무리 보아도 닳지 않는다. 달력도 없는 흰 벽과 반듯한 복도 이해할 수 없는 간판을 읽으며 헤맨다. 내가 물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고 꺼내지지 않는 젊음을 안으로부터 끌어올린다. 그 흰 벽에서 물이 흐르고 보이지 않는 손들이 나와서 확대경으로 살핀다. 오래전 산수유 꽃에 이슬로 내려와 가슴이 빨간 새의 지저귐에 흘러 살 개천 돌 틈 사이에 몸을 적시고 금강의 상류로 동해바다로 떠다니다가 대서양 구름떼에 섞여버렸다. 웨스트체스터 상공에 서 소나기로 내려 잃어버린 진찰실에서 맑은 유리잔에 부어진다. 그동안 내가 맑게 스미는 한 방울의 물이었음이. © 김정기 2012.03.31

|컬럼| 186. 방뇨자(放尿者)

기원전 5, 6백 년 전쯤 중국의 공자(B.C. 551~479)보다 19 살 어리게 태어난 그리스의 피타고라스(B.C. 570~495)는 생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한편 인간의 도덕성을 강조하고 훈시하기로 이골이 났던 위인이었다. 피타고라스는 태양을 향해서 방뇨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금(金)으로 만든 보석을 좋아하는 여자와 결혼하지 말라고 문하생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에 대한 법칙을 밝혀낸 그는 수학보다 행동심리학에 더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징기스칸(A.D. 1162~1227)을 기억할지어다. 공자나 피타고라스 시대보다 1600년 정도 세월이 흐른 후 아세아는 물론이며 유럽에까지 막강한 위세를 떨치던 동양의 영웅, 징기스칸! 그는 14개의 금칙을 선포하고 그 법을 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