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 2

|컬럼| 252. 눈 속의 무당벌레

2016년 1월 23일, 토요일, 뉴욕에 20인치가 넘게 폭설이 내렸다. 뉴욕 시장 빌 드블라지오는 아침 일찍 티브이에 나와 위태로운 도로사정을 예고하면서 절대 집밖에 나가지 말라며 "Stay home!" 하고 힘주어 말했다. 생체가 스트레스에 처했을 때 일으키는 원초적 반응을 생리학에서 "Fight or Flight"라 한다. 위기와 맞붙어 맹렬히 싸우거나, 힘이 딸려 여의치 못하는 경우에 오금아 날 살려라, 하며 도망을 치는 원리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그것은 즉 싸우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그 자리에 요지부동으로 있는 제3의 수법. 그날은 폭설과 싸울 수 없었고 열대의 섬으로 피신하고 싶어도 비행장으로 가는 도로가 완전 폐쇄된 날이었다. 미국인들이 개에게 "Stay!" 하고 소리치면 그것은 꼼..

|詩| 인터넷에 잡히는 꽃

솜구름 떠도는 화면 속 거무칙칙한 바위 틈에 자리잡은 *벌레잡이제비꽃, 초록색 바람에 붙잡힌 벌레잡이제비꽃이 다섯 손가락을 펼친다 진한 보랏빛 요술을 부리는 벌레잡이제비꽃, 전자파장 자욱한 인터넷에 새빨간 점박이 무당벌레 한 마리 기어간다 잠시 후 눈물을 펑펑 쏟는 벌레잡이제비꽃, 초록색 바람결에 짙은 안개가 깔리는 전자공간에 투사되는 당신의 심층심리 *Pinguicula vulgaris: 대한민국 북부 높은 산의 습한 바위나 늪지에 나는 여러해살이 식충 식물 시작 노트: 내 삶을 지배하는 인터넷. 어떤 때는 종일토록 인터넷을 쏘다닌다. 우연찮게 벌레잡이제비꽃을 공부한다. 동물을 잡아먹는 식물이라니! 말만 듣던 그런. © 서 량 2009.04.14 – 2022.12.15

2022.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