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게르니카 김종란 흰 눈 내리는 날 옥외 온천에서 뜨거움과 차가운 것을 받아들이며 거울안에 들어있는 다정한 사람들과 흰 눈처럼 내 살결에 닿아 스러지는 말 품고 흰 눈처럼 내려 쌓이는 거침없이 정다운 발소리와 목소리들 맑은 거울 속에서 목욕탕으로 꺾어지는 동네 골목길처럼 비스듬히 걸어 나와 선뜻한 바람에 목덜미 움츠리며 그 푸르른 게르니카 속을 한껏 움츠리며 통과한다 물에 퉁퉁 불린 붉은 발로 목욕탕 수증기에 휩싸인 젖은 머리로 나는 나름 푸르다 © 김종란 2012.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