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6

|詩| 편안한 겨울

내가 당신과 함께 먼 곳을 다녀 오고자 함은 당신과 가까워 지고 싶은 욕심에서다 겨울 숲 나무들이 손가락을 오그리고 서 있는 강변을 태양이 데운다 이글거리는 열기로 눈 부셔라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네 너무나 기분이 좋지만 얼굴을 찌푸리네 당신과 나 둘이서 머리를 합쳐 상상에 상상을 거듭해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그런 아득하게 먼 곳을 금방 다녀와서 쓸어질 듯 서로들 어깨를 비비는 나무들을 봐라 혼자서는 견디지 못하는 겨울 살결을 만져 봐라 맑은 새소리인 듯 나뭇가지 헛헛하게 흔들리는 모습인 듯 나는 당신의 말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겠다 재잘대는 당신 목소리는 내가 짐짓 좋아하는 겨울노래일 뿐 잘게 부수어진 태양 쪼가리 수 억만개가 널따란 강물 한군데에 몰려서 부글거린다 드디어 강물이 끓어 오른다..

발표된 詩 2024.01.30

나팔수 / 김정기

나팔수 김정기 나팔 소리에서 은가루가 부서져 내린다. 몸에 있는 공기는 모두 빠져나가고 홀쭉해진 세포마다 소리가 난다. 나팔을 불면 떠난 사람이 돌아온다. 나팔 부는 사람은 나팔로 말한다 길게 늘어지게 나팔을 불면서 세상을 돌면 세상에 숨어있는 그대의 숨소리가 들린다. 음정마다 뽀얀 망토를 입고 텅텅 빈 몸으로 흐린 거울 속에 얼 비취고 있는 목소리 한 번만 더 들을 수 있다면. 온몸에 피가 나팔로 빠져나가도 그대가 그 소리 들을 수 있다면. 나팔을 입에 물고 거리로 달려 나가겠네. 흰 눈 같은 은가루를 뒤집어쓰고 터진 허파에 바로 그 나팔수 안에 그대가 숨어있네. © 김정기 2014.07.27

|詩| 목소리 플러스

침샘에 천수(天水)가 마르지 않는 거 아마 유전일 거야 목소리가 정말 맑아 진짜 입 속 뒤쪽 캄캄한 동굴에서 조심스레 울대를 조율하는 발성법에 있는 거지 젖은 목젖 조그만 목젖이 울리고 있어 창밖에서 새가 찌찌 쑤쑤 노래한다 첫 소리만 듣고도 얼른 알아차리는 거지 뜨거운 기운 플러스 알파 늦가을 깊숙이 사무치는 목관악기 당신 청신한 목소리가 첨부 문서 파일을 죽기 살기로 압도하는 매 순간마다 ©서 량 2021.11.09

2021.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