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3

|詩| 목련이 쿵 하면서

목련이 땅에 떨어질 때 무슨 소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쿵 하는 타박상 이상의 충격이거나 들릴락 말락 하는 손목시계의 실고추 같은 빨간 초침이 재깍재깍 돌아가는 소리랄지 혹은 근사한 포도주 잔이 쨍그랑 깨지는 경악인지도 몰라 그것은 나무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신음하면서 의식이 돌아오는 4월 찬바람 속 스산한 기쁨일 수도 있다 그나저나 나는 언제나 목련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를 고개를 심하게 갸우뚱하지 않고도 제대로 잡아내는 경지에 들어갈 것인지 지금으로서도 자못 궁금한 심정이다 © 서 량 2002.04.16 -- 두 번째 시집 수록 (2003) 시작 노트: 20년 전에 쓴 시에 대하여 동정심을 품는다. 시를 일말의 소회, 수상, 스쳐가는 느낌의 직설적 표현 같은 것으로 치부하던 시절이었다. 그 상투적인 ..

발표된 詩 2024.04.16

|詩| 자목련과 종달새

자주색으로 터지는 꽃잎 열림이 하늘을 부유하는 깃털 떨림이 몸서리치게 유한하다 당신의 결을 매만지는 나의 앎 그 절실한 앎도 유한해 자목련이 종달새와 덩달아 지지배배 하늘을 날아다니네 그들은 몰라요 꿈에도 알지 못해 오늘같이 하늘이 소리 없이 젖혀지는 동안 당신이 좀처럼 서글퍼 하지 않는다는 걸 시작노트: 집 차고 옆 굴뚝 앞에 핀 자목련 꽃을 사진 찍었다. 몇몇은 꽃잎을 활짝 뒤로 젖힌 자세다. 자목련과 종달새의 삶이 유한하다는 생각에 몸서리를 친다. 엊그제 한 블로거의 詩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종달새는 울지 않는다. 종달새는 다만 노래할 뿐. 자목련이 종달새와 함께 새처럼 훨훨 날아간다. ©서 량 2021.04.15

2022.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