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공간 2

모래 숨결 / 김정기

모래 숨결 김정기 숨이 막힌다 걸어 갈 사이마다 모래로 채워있다 모래를 혜쳐야 하늘이 보이고 정원의 나뭇잎 하나라도 만질 수 있으련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모두 모래다 발이 닿는 곳이 바다일 지라도 광야일 지라도 혈육의 숨결에 기댄다 모래로 가득찬 세상 모래로 가득찬 신발 세월이 내리는 모래 휘장에 막을 내리면 모래란 모래를 다 마시고 뜨겁게 닥아오시는 당신 기다리는 그날 막힌 공간이 열고 뛰어나간다 모래는 산소가 된다 숨결이 된다 © 김정기 2022.02.11

|컬럼| 108. 확 트인 공간

며칠 전 우연히 윈스턴 처칠의 인용구를 훑어보다가 깜짝 놀라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다. "If you are going through hell, keep going: 당신이 만약 지옥을 지나가고 있다면, 계속해서 가십시오" 라는 그의 명언 때문이었다. 이 말은 역경에 처했을 때 도망을 치거나 풀썩 주저앉는 것보다는 계속 튼실한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가다 보면 역경이 끝난다는 지혜와 의지력의 중요성을 당신에게 고취시킨다. '피와 땀과 눈물로' 2차 세계대전을 극복한 영국 수상다운 발언이다. 'hell'은 고대영어와 불어에서 'underworld: 지하세계'라는 뜻이면서 '막힌 장소'라는 의미도 있었다. 14세기 후반에 역경이나 나쁜 경험이라는 뜻이 첨가됐고 'Go to hell!: 지옥에 가라'는 식으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