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3

연두가 초록에게 / 김정기

연두가 초록에게 김정기 무릎 위로 꽃잎이 날아든다 내 자리를 비워 줄 차례를 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버티려 한다 사는 것이 어디 길가는 것처럼 되더냐 초록은 연두를 몰아낸다 하늘을 입에 문 초록은 잘 가라고 말한다 연두는 초록에게 막바지에 당신의 색깔이 파열될 때 나를 그리워하지 말라 나는 절벽을 걸어 내려간다 온 누리의 바람이 내 옷 깃에 스며들고 나는 새털같이 가벼워진다 무거운 초록을 입히지 않은 진득한 유월에 닿지 않은 몸으로 시간을 건너가는 눈부심으로 유유히 절벽을 내려간다 먼 곳에 있는 사람의 긴 손을 잡고 © 김정기 2010.05.05

|詩| 꿈에 대한 보충설명

정신병은 건재한다 낮에 뜬 반달이 내게 눈길을 보내는 날,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돼 우리의 영혼이 안전한 길목에 접어든 증거입니다 앞이 안 보이는 마음에 들떠서 마구 들떠 허둥지둥 하늘 밖으로 쏟아지는 별무리를 잡으려 하더니 한사코 아주 평온한 기분이야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해 정신병의 갑옷이 당신의 영혼을 보호한다 든든해 아주 든든해요 반달이 내게 미소를 보내기 전, 멀리서 아주 멀리 작은 새 여럿이 떼를 지어 날아갑니다 효험 있는 약을 외면한 채 이토록 생생한 꿈의 막바지 끈을 놓지 못하는 우리들 때문에 © 서 량 2018.06.17 -- 2019년 겨울호

발표된 詩 2021.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