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 / 김정기 마침표 김정기 어디쯤 계신가요 당신이 부르던 노래 하늘에서 들려와서 나도 떠가려고 무게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슬비 내리는 날 가냘픈 음표가 되어 흰머리 정수리를 적시고 계시지요 세상에서 묻힌 먼지 서로 털어주며 남긴 발자국 돌아보지 말며 주름진 손 위에 안개 장갑 끼워 주시니 멀지않은 하늘길 손잡고 날아가요 지상에 남은 숙제 맞침표 찍고 그분이 계신 곳 마침표 없는 환한 나라에 우리 끝없이 머물러요 © 김정기 2022.05.25 김정기의 詩모음 2023.02.03
복사꽃 나무 그늘을 거닐며 / 김종란 복사꽃 나무 그늘을 거닐며 김종란 깨알 같은 소식에 귀 기울인다 누대에 걸친 서까래 대들보만큼 무거워 휘청이는 쉼표, 마침표. 몰래 후두득 봄비 소리에 묻히는 그늘을 구기고 구겨서 꽃으로 살아낸 것의 목소리 웃음소리 땅의 온기와 더불어 살아있던 것의 온기 무수히 지나가는 생명의 발자국 소리 죽이며 채 말이 되지 못한 두근거림으로 복사꽃에 가까이 다가간다 사랑에 다가가듯 거짓말처럼 연분홍 빛 그늘 © 김종란 2012.04.08 김종란의 詩모음 2022.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