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버리 2

|컬럼| 461. 떠버리 칼로스

폐쇄병동에서 그룹테러피를 하다 보면 혼자서만 떠들어대는 환자가 있다. 약속이라도 한듯 칼로스가 매양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의 별명은 ‘loudmouth, 떠버리’다. 횡설수설하는 그에게 다른 환자 왈, “너 말 좀 고만할 수 없냐. 침묵이 금이라는 걸 모르냐?” - 내가 슬쩍 끼어든다. “야, 도대체 침묵이 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 참, 영어 속담에 ‘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en’이라는 말이 있지. 이건 배려심 많은 사람들이 조곤조곤 심금을 털어놓는 그런 세련된 그룹테러피가 결코 아니다. 잠시 내가 방심을 하는 순간에 군중을 지배하는 의식의 흐름은 도떼기시장처럼 엉망진창이 된다. 질서를 유지하는 내 그룹 리더십이 더없이 망가진다. 나는 언어의 교통순경이다. 금이..

|컬럼| 328. 수다 떨기의 원칙 몇 가지

병동 입원환자 중에 성미 고분고분한 젊은 놈이 하나 있는데 내가 무슨 말을 걸면 어김없이 랩(rap)으로 대답한다. 흑인 악센트가 팍팍 들어가는 리듬감으로 쌍소리가 곧잘 튀어나오는 그의 즉흥 랩은, 당신이 믿거나 말거나, 끊임없이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 나는 그 분열증 환자의 순발력에 깊이 감탄하면서 흐치흐치, 치커붐! 하며 랩에 합세하여 변죽을 울리고 싶다. 야, 너 또 랩 하냐, 하면 피식 웃으면서 내게서 얼른 줄행랑을 치는 아주 이상한 놈이다. 할아버지 제삿날 우리 집에 들리던 먼 친척 ‘떠버리 아저씨’가 생각난다. 여자들은 생선전을 부치면서 수군수군 수다를 떨지만 떠버리 아저씨는 한잔 거나하게 드신 얼굴로 아무나 붙잡고 큰 소리로 쉬지 않고 혼자 떠드신다. 그의 대화법은 독백에 가깝다. 자신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