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뼈 3

|詩| 등뼈

등뼈 -- 앙리 마티스의 그림, ‘벌거벗은 여인’에게 (1949)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인다 굵은 선 봄바람 여름바람, 더더욱 부드러운 맨살 맨가죽으로 단단히 가려 놓은 기본원칙 자세를 굽히면 좀 돌출하는구나 앞뒤 가릴 것 없이 오른쪽 왼쪽이 뒤범벅이 되는 중 우리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고개를 돌리는 중에 시작 노트: 마티스는 평생을 노출과 은닉을 능수능란하게 구가했다. 나이 많이 들어서 그는 색채보다 선, 線을 선호했던 게 아닌가 하는데. 아예 선으로 색채를 가려버리는 시도였을까. 하여튼 나는 가끔 그의 굵은 선이 좀 무서워질 때가 있다. © 서 량 2023.04.15

|詩| 등목

뼈아프게 쌓아온 정성이 무너지면서 당신이 자지러지는 광경인지 목이며 등뼈 줄기 언저리에서 흔히 터지는 일입니다 분노가 수그러지는 조짐일지 아무의 잘잘못도 아닐 수도 어떤 미적지근한 생각이라도 벼락치듯 작살나는 순간입니다 미음자로 사방이 막힌 한옥 마당에서 속 깊은 들숨 날숨을 멈추고 기역자를 45도로 엎어 놓은 몸집이 하늘 지붕을 든든히 떠받히는 순간 당신이 소스라치는 여름은 무탈합니다 © 서 량 2020.08.02

2020.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