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

꽃이 지는 이유 / 김정기

꽃이 지는 이유 김정기 꽃이 지는 것이 혹시 내 잘못이 아닐까 책상 위를 기어가는 벌레 한 마리 잡아서 바람에 꺾인 나무 가지를 내버려두어서인가 추위에 떠는 옆집 개를 그냥 바라만 보아서인가 새로 피어나는 연한 잎을 끓는 물에 넣은 탓일까 곁에서 빛나는 사람들 이름도 나와 함께 흐려지고 햇볕과 시간이 공모하여 제철이 저물어가면서 나도 시들어 사방으로 흩어지며 떨어지고 있으니 꽃들도 동행이 되려고 지고 있는 것일까 검은 흙에 묻히려고 설레는 것일까 꽃이 저야 떠난 사람이 돌아온다고 약속을 지키려고 지고 있는지 땅 위에 떨어진 꽃잎을 집어 들으니 흘러간 날의 황홀한 필름이 혈관에 스며든다 조치원 역에 서있던 꽃다운 당신이 선명하게 상영된다 막을 내리지 않고 눈물겹지 않게 아직도 숨이 멎듯 달콤하게 그래서 꽃..

|컬럼| 129. 엄마가 없어지다니

'mother'는 영어, 독일어, 희랍어, 불어, 스페인어, 네덜란드 말 그리고 범어에 이르기까지 발음이 아주 비슷하다. 중국어로도 엄마를 '마마'라 하는데 이태리어와 스웨덴 말의 'mamma'와 그 발음이 똑같다. 아기가 엄마를 향해서 내는 비음(鼻音)은 기분이 좋을 때 콧노래가 나오는 심리와 같은 것으로 풀이된다. 불어의 'maman'는 콧소리가 세 번이나 들어간다. 음성학적으로 엄마는 명실공히 범세계적인 단어다. 1958년에 김종래(1927~2001)는 라는 장편만화로 전쟁 후 피폐했던 전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그 책은 술과 노름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팔려간 엄마를 찾으려는 아들 금준이의 애환을 그린 우리 최초의 만화 베스트셀러였다. 는 이태리의 에드몬드 데 아미치스(Edmondo De Amic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