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뇌 3

|詩| 짧게 말하기

아침이면 아침마다 생선 *아지 사려~ 하는 생선장사 구성진 목소리가 담장 밖에서 울리는 곳. 서울 성북구 수유리 수유동에 살면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장군의 수염을 읽었다. 수유리 장미원 근처에 보건탕이라는 대중탕이 있었고 가까운 거리에 4.19 기념탑이 있었다. 당신과 나와 이어령의 벌거벗은 청춘이었다. 새파랗게 젊으신 어머니는 짭짤한 아지 조림을 자주 하셨다. 신성일이 내 動物腦의 영웅이었고 이어령이 내 人間腦의 지도교수 역할을 맡은 격이다. 내 뇌리에서 생선 아지 비린내가 풀풀 났다. 2002년 4월 어느 날 맨해튼에서 이어령 선생이 제한된 숫자의 관객들에게 무슨 담론을 펼쳤다. 연제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좀 잘난 척하고 싶었지. 정신과에서 말하는 transitional space..

2022.03.04

|컬럼| 376. Sounds Good?

The sound of the Earth turning (Provided by NASA): 지구가 회전하는 소리 (미항공우주국 제공) 가을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11월 중순에 하늘을 헤집고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간들간들 땅으로 떨어지는 마른 잎새들을 본다. 낙엽을 재촉하듯 간간 돌풍이 일어난다. 창문을 여니 바람 소리가 시원하다. 크리스티나 로제티(1830~1894)의 시,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의 첫 연이 생각난다. “누가 바람을 보았나요?/ 나도 당신도 아니에요/ 그러나 잎새들이 매달리며 떨고 있는 동안/ 바람이 지나가는 거지요.” 로제티는 바람의 존재 여부를 시각적으로 처리한다. ‘Seeing is believing’.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바람이 소리를 내면서 창밖을 스쳐간다. 창문의 커튼을 내..

|컬럼| 342. 사랑을 할까, 생각을 할까

분노 조절을 남들처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라이언은 눈이 가을 하늘같이 짙푸른 30 중반의 백인 남자다. 민감한 발육 시기를 고아원에서 보낸 그는 걸핏하면 남과 싸우거나 말썽을 부리면서 오랜 세월을 정신병원에서 살아온 성격장애 환자다. 병동 직원들 거의 모두가 그를 싫어하는 눈치지만 나는 두뇌가 총명한 그를 좀 좋아하는 편이다. 세션이 끝나면 자꾸 “I love you, Doctor!” 하는 그에게 나는 으레 “Don’t love me. Think about what I said!” 한다. 그는 아직 왜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깊이 생각해 볼만큼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없다. 라이언은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면서 자랐다는 이유로 지금 부모 역할을 해주는 정신과의사에게서 긍정적인 관심을 받고 싶어서 안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