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 4

바다시계 / 김종란

바다시계 김종란 초침을 감춘 바다 느긋하다 창문도 없고 현관문도 없다 하늘은 깊음으로 생명은 비릿함으로 안으며 표정은 더욱 부드러워진다 빛을 은닉한 *Renoir 의 'Spring Bouquet' 상처의 붉은 줄이 불현듯 빛나는 우리 우리 기다리다 빛을 은닉한 Renoir 의 'Spring Bouquet' 당신은 품에 안는다 낮아지며 깊이 깊이 스며든다 우연하게 여기 평안하게 바다를 숨쉰다 꼬리만 보이는 돌고래 바다 테이블 위에는 커피 한잔 해초처럼 흔들리며 이리 저리 몸이 기울어지며 바다를 마신다 용서에 익숙한 당신 바다를 등지다 바다에 안기다가 당신 안에서 바다를 밀고 간다 *Renoir (French 1841~1919) © 김종란 2011.10.04

해녀 / 김정기

해녀 김정기 해녀는 찬바다를 헤엄치면서 악기를 만든다. 전복을 캐고 물미역을 뜯으며 첼로를 켠다 첼로 소리는 해상으로 올라오면 곡소리가 되고 깊은 바다 밑에서는 가곡이 된다 삭아빠지고 짓무른 육신은 조금씩 떨어져나가고 고무 옷에 지느러미는 햇볕을 받아도 번쩍이지 않고 어둡다. 해녀가 만든 악기에서는 ‘별이 빛나는 밤’이 흘러나올 때 평생 키워오던 돌고래에 먹힐 위험으로 물을 차며 도망친다. 이 엄청난 바닷물이 모두 해녀가 쏟은 눈물이라는 것을 돌고래가 알기까지는 해녀가 바다 속에 갈아앉고 봄이 떠날 무렵이었다. © 김정기 2022.05.14

|詩| 도망친 돌고래

반짝이는 조약돌 하나 창공으로 얼른 날아가고 송사리 떼처럼 송사리 떼처럼 헤엄치던 조개구름이 송두리째 꽤 오래 전에 사라졌던 것이지요 돌고래 두 마리가 두 눈썹처럼, 또는 곱게 웃는 두 눈처럼 가벼운 포물선을 그리며 파도를 넘어, 짙푸른 파도를 넘고 또 넘어, 멀리 어둠 속으로 꽤 멀리 도망을 친 겁니다 이제 남은 것이라고는 청색이 녹색같이 녹색이 청색같이 반짝이는 망망대해에 조는 듯 떠있는 고깃배 한 척, 그 잔잔한 몸 흔들림, 그 어김 없는 리듬 뿐이지요 차가운 물결, 또는 더운 숨결이 무차별하게 출렁입니다 © 서 량 2009.05.05

2009.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