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관계 이론 4

|컬럼| 466. 환자와 함께 놀기

스무 살 초반, 백인 청년 피터는 완전 트러블 메이커다. 벽에 머리를 쾅쾅 들이박거나 당나귀식 발길질을 해서 큰 구멍을 낸다. 직원을 때리고 손톱으로 팔을 긁어 자해를 하기도 한다.  피터는 공격성이 강하고 충동심을 잘 다스리지 못하는 기질을 타고났다. 사회는 성품이 유별난 아이에게 정신과 병명을 부여한다. 아이가 저지르는 비행(非行)을 약으로 고치려 하거나 심리치료사에게 떠맡긴다. 21세기 부모들은 자기네들 할 일이 벅차고 바빠서 자식들에게 신경을 쓸 시간이 없는 것이다. 자기가 뗑깡을 부리면 병동직원들이 쩔쩔매는 상황을 대놓고 즐기는 피터는 솔직히 좀 악질이다. 나는 곧잘 그의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정신과의사는 자신의 개성을 감추지 않으면서 편안한 자세로 환자를 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쩔쩔매..

|칼럼| 464. 왜 너 자신을 빼놓느냐

스티브는 전형적인 정신질환 증상이 전혀 없는 40대 중반의 백인이다.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고 변덕이 죽 끓듯 하면서 때로는 고집불통이고 걸핏하면 화를 낸다. 화가 치밀면 고함을 지르고 벽을 주먹으로 쾅쾅 때리는 버릇이 있다. 그는 수년 전에 저처럼 성미가 불 같은 걸프렌드와 한동안 같이 살았다. 그들은 언쟁이 잦았다. 여자가 집을 나가고 그는 심한 상실감에 빠진다. 이윽고 상실감이 분노로 변하면서 모든 세상 사람을 원망하고 저주한다. …스티브야, 너는 도대체가 왜 자기 자신은 제켜놓고 남들에게만 신경을 쓰면서 그토록 불행한 삶을 사느냐. -- 내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악의를 품고 나를 못살게 굴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러는 겁니다. …자신은 남에게 실수로라도 못되게 군적이 없느냐. – 나는 되..

|컬럼| 438. 피해자 코스프레

코스프레는 ‘costume’과 ‘play’가 섞여진 혼성어(混成語)다. 위키피디아에는 ‘cosplay’라 나와있으나 우리는 일본식 영어발음으로 ‘코스프레’라 표기한다. ‘motorist’와 ‘hotel’이 섞여진 ‘motel’, 또는 라면, 떡, 채소 따위를 섞어 만든 ‘라볶기’ 따위가 혼성어의 좋은 예다. 두 단어가 섞일 때 한 단어의 일부가 없어지는 것이 혼성어의 특징이다. 위키피디아는 코스프레를 1984년 로스앤젤레스 ‘Science Fiction Convention’에 참가한 일본인 노부유시 다카하시가 처음 사용한 말이라 명시하고 다른 영어로 ‘Playing Victim, 피해자 놀이’라 풀이한다. 2023년 4월 4일에 전 미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맨해튼 검찰청에 기소된다는 소식을 접한다.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