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 김정기 억새꽃 김정기 십일월이 떠나는 들녘에 서서 꽃을 피우는 친구여 밤마다 그림자가 나온다 연기가 나온다. 눈에서 입에서 버렸던 사람이 다시 찾아와 눈이 날리면 만날 수 있다고 알 수 없는 슬픔의 발원지에 힘든 나날을 이겨낸 나를 찾는 손짓이다. 늦가을 억새꽃으로 피어 바람을 타고 가는 길을 막는 손 물기 빠진 몸이 발붙인 웅덩이에서 물거울을 꺼내 본다 가을이 가고 다시 가을이 오는 그림자도 연기도 꽃이 되는 나이. © 김정기 2011.12.01 김정기의 詩모음 2023.01.05
|詩| 늦가을 비 그러길래 내가 뭐랬어 곰팡이 냄새 물씬한 비가 누추한 강변을 적시는 그런 구질구질한 비가 내릴 때 같은 때 당신이 음침한 흑백사진을 찍는다거나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게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내가 몇 번을 당부했어 안 했어 화사한 햇살이 멀미처럼 출렁이던 늦가을 오후는 가고 없고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면서 비가 나 몰라라 하며 내린다 지하실에도 다락방에도 컴퓨터 모니터에도 날 보고 어쩌란 말이야 하며 큰 소리도 치지 않고 내린다 내일 죽어도 별로 할 말이 없다는 듯 거침 없이 죽죽 잘만 내린다 © 서 량 2010.11.23 詩 2010.11.23
늦가을 / 최덕희 갈볕은 인색하기만 하다 된서리 내린 뜨락에 뒹구는 낙엽마저 녹아내려 질펀한데 가지 끝에 매달렸던 과일들이 미처 익어가지도 못하게 겨울이 자꾸 언 발을 디민다 온난화현상으로 지구는 땀을 흘리고 해가 갈수록 체감온도는 떨어져 철새도 길을 잃고 헤매인다 몇 닢 매달은 단풍나무는 밑둥을 돌.. 김정기의 글동네/시 2009.11.04
|詩| 별들의 혼성합창 별들의 혼성합창을 들어 본 적이 있니 정교하고 우람한 천체의 소리를 늦가을 겨우 남은 체온이 지구 의식 밖 어느 곳에 깊이깊이 숨어서 저렇게 커다란 합창을 하는데 화음진행이 엄청나게 오묘하지 않니 당신이 천체에 대한 우아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천체의 거대한 전율이 몸에 와 닿는 가.. 詩 2008.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