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갓 끓인 누룽지, 널브러진 이부자리, 가을은 비 내리는 한밤중 당신 심층심리다. 속 깊은 바닷물결에 전후좌우로 몸을 흔드는 미역줄기, 주홍색 햇살 넘실대는 하왕십리 행당동 지나 뚝섬 길섶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도마뱀의 신중한 동작, 가을은 내 몸 냄새다. 씹지 않아도 저절로 씹어지는 군용건빵의 텁텁함, 새벽 4시에 창문을 열면 왈가왈부 할 것 없이 왕창 쏟아지는 분홍색 초록색, 가을은 빛살 가득한 당신이 얼마 후 부드러워지는 기운이다. © 서 량 2022.09.05 - 2023.11.21 詩作 노트: 고전적 취향에 젖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을은 언어습관에 지나지 않을 뿐. 향기라는 단어선택이 잘 맞지 않는 가을이 나를 지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