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6

나비를 잡으려 한다 / 김종란

나비를 잡으려 한다 김종란 43 쪽 선박여행을 하며 피곤한 듯 의자에 깊숙이 앉아 바라보는 옛 시선에 마음이 가라앉는다 권태로워 하며 여행에 지친 눈 어깨 웅숭그리고 어둡고 서늘한 겨울 품 안 서성이다가 들추어보는 인도차이나의 녹색 대양 날개 잠시 접은 나비 둔중한 선박에 깃털보다 가벼웁게 내려앉는 백년 전의 항해 그의 마음 깊이 내려갈 수 있기를 그의 영혼이 울리는 종소리 들을 수 있기를 나비를 잡으려 한다 포충망에 걸린 나비와 자유로이 날아간 나비 선명한 문양으로 몽환적인 색감으로 그를 숲의 적막으로 불러드린 나비 융의 정신분석 사잇길과 혼돈의 세계를 아주 낮게 날으며 섬찟하게 달콤하게 무연하게 날아갔다 시간은 무작위적이었으나 © 김종란 2010.01.22

|詩| 내 손안의 나비**

나비는 나비일 뿐인데 당신은 나비 때문에 장자에게서 엄청난 교훈을 받고, 나는 물색 모르고 겨울 새벽 비몽사몽 잠결에 흥분한다 나비는 나비일 뿐인데 나와 무슨 상관이람 나비가 날개를 팔락이다가 별안간 전신 운동을 뚝 그치는 순간을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더라. 나비는 세상이 다 아는 당신의 열렬한 사랑처럼 서서히 죽는다 내 손안의 나비는 흉측하다 곱상한 날개의 진동으로 소슬바람을 일으키던 동심의 나비는 어디로 사라졌나 나비는 더 이상 내 손바닥에 사뿐 내려 않지 않는다 대형 차량사고와 땅이 쩍쩍 갈라지는 재난영화에 쫓기고 밀리다가 나비들이 많이 죽었다는 소식이다 평생 슬픔을 잘 감춰며 살아온 나비들이노랑나비, 흰나비, 검정나비, 그리고 저 무시무시한 호랑나비까지 포함해서 © 서 량 2010.02.01

2010.02.02

|컬럼| 74. 나비와 개구리

입춘과 우수를 지나면 3월 초에 약속처럼 경칩(驚蟄)이 우리를 찾아온다. 겨우내 땅속에서 잠자던 벌레와 동물들이 우수(雨水)의 물벼락을 맞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는 경칩이다. 경칩에 개구리 알을 먹으면 허리에 힘이 좋아진다 해서 나이 지긋한 우리 조상들은 턱수염을 바람에 휘날리며 이날 개구리 알을 찾으려고 산과 들을 헤맸다. 그리고 젊은 남녀들은 양키들이 발렌타인즈 데이에 초코렛을 깨물어 먹듯 서로의 사랑을 서명날인하는 상징적 행위로서 암수가 유별한 은행나무의 열매를 몰래 나누어 먹었다. 개구리가 헤엄치는 동작처럼 섹시한 장면이 또 있을까. 그래서 허리가 부실한 우리의 선조들이 개구리처럼 행동하고 싶은 연상작용을 일으켰다 하면 당신은 얼굴을 붉히면서 그게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할 수 있겠는가. 수영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