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나만큼 오래 살은 대학동기와 무슨 얘기를 하다가 '우리 집'이라 하지 않고 '내 집'이라 말하고서 둘 다 놀란다. 한국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내 와이프 (my wife), 내 나라 (my country) 대신에 우리 와이프, 우리 나라라고 해야 우리말을 제대로 하는 느낌이다. 내 나라? 내가 전 대한민국을 소유하다니. 오, 마이 갓! 할 때도 굳이 소유격을 넣어 번역해서 '오, 내 신이여!' 하기가 조심스럽다. 자칫 신이 내 전유물처럼 들리면 어쩌나 싶어서다. 이것은 '나'를 감추고 '우리' 뒤에 숨으려는 심리작용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더니 미약한 개인의 능력에 반하여 당(黨)은 참으로 막강한 힘을 갖는 법이려니와 우리에게는 생존의 안전과 번영을 위하여 1인칭 단수와 복수를 바꿔 쓸 수 있는..